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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회장, '해외 시장은 전쟁터, CEO도 총 들고 나서야'

2010-03-09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누군가를 만날 때 그의 손에는 항상 두툼한 책과 브로셔가 들려 있다. 쌍용건설이 세계 곳곳에서 지어 올린 고층 빌딩과 호텔, 고난도 토목 공사 등을 보여주는 안내책자다.

"영업을 할 때 '공사 잘한다'고 말로 백번 하는 것보다 일단 눈으로 보여 주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그에게 브로셔는 '영업 무기'이다. 이 책 하나면 쌍용건설이 고급 건축물과 고난이도 토목 분야에선 세계 최고라는 것이 입증된다. 기자를 만나 자리에서도 브로셔부터 먼저 펴 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1983년 쌍용건설의 CEO로 취임한 김 회장은 국ㆍ내외 건설현장의 공사 수주 때부터 시공과정까지 직접 뛰면서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수주전은 군대로 치면 '특공대'의 전투나 마찬가지입니다. 특공대가 돌격할 때는 소대장, 중대장 할 것 없이 총 들고 달려나가지요. 기업의 CEO도 영업 전쟁이 벌어지면 총 들고 달려나가야 합니다." 김 회장은 해병대 출신이다.

최근 그의 영업 무기 브로셔에 대형 건축물 사진이 새로 등장했다. 쌍용건설이 단독 수주해 지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이다. 건물이 52도 기울어진 기이한 형태로 지어져 '동양의 피사'라는 별명을 얻는 57층(스카이파크 포함)짜리의 이 호텔은 대한민국 해외건설 역사상 단일 건축 프로젝트로는 가장 금액 큰(미화 7억8,000만 달러, 한화 약 9,000억 원) 공사다.

이 공사를 수주할 때도 김 회장은 발주처 의사결정권자를 만나 브로셔를 펴놓고 담판을 지었다. 공사 중 매월 2~3번씩 싱가포르로 날아가 발주처와의 회의에 직접 참여해 원스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공기를 18개월로 줄였다.

김 회장은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상징적인 곳에, 고난도 공법으로, 합리적인 이윤을 남긴 대한민국 건축사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여권(旅券)에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의 출입국 도장도 많이 찍혀 있다. 해외 영업 반경이 부쩍 넓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의 고급 건축물과 환경?담수 플랜트 시장에서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건설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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