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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도로·운하 5m 밑에서 공사.. 초고난도에도 공정 완벽 수행

2016-03-28

입찰가격 비싸게 써냈어도 발주처 기술력 반해 러브콜
66개월간 재해 한건 없어 싱가포르서 무재해 신기록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저유가로 해외수주 행진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누적 수출 7000억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일궜다. 해외건설 진출 50년을 맞는 해에 이룬 경사다. 특히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은 그동안 중동지역 위주로 편중됐던 수주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력시장으로 떠올랐다. 파이낸셜뉴스는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세계 각국의 사회간접자본(SOC)과 플랜트 시장에서 한류영토를 개척하는 현장을 찾아가 이들의 생생한 활약상을 전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쌍용건설이 기존 리틀인디아역에 추가로 만든 역사와 승강장. 역사 디자인은 인도 전통의상 '사리'를 본떠 세로 줄무늬가 천장에서부터 벽면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쌍용건설이 준공을 앞둔 C921공구중 리틀 인디아 역사 앞. 쌍용건설은 도로를 50차례 옮겨짓고 기존 운하를 윗부분만 덮은 후 지하에서 돌아 흐르게 만들어놨다.

【 싱가포르=김성환 기자】 쌍용건설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고급 건축 시장에서 '건설한류'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두바이에선 그랜드하얏트호텔과 에미리트 타워호텔을 시공했으며 싱가포르에선 최근 관광명소중 하나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지은 건설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싱가포르 관광지중 하나인 '래플즈 호텔' 리모델링 공사에서는 도면 없이 완벽하게 복원하는 기술을 선보여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쌍용건설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최첨단 지하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 6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으로부터 수주한 공사로 지하철 '다운타운라인(DTL) 2단계 C921공구'를 맡아 시공하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이 프로젝트가 그동안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공사금액도 합리적으로 따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비싸게 써내고도 기술력으로 수주

현재 공사가 90%이상 완료된 이 공구는 관광명소인 '리틀 인디아(Little India)'역과 '로초(Rochor)'역을 지나는 구간이다. 지하 터널(0.65㎞)과 함께 로초역사, 리틀인디아 역사 등을 신설하는 공사로 총연장 약 1㎞다. 지하철 공사 치고는 구간이 짧지만 기존 지하철선로 5m 아래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해 대표적인 난공사 구간으로 꼽히고 있다.

쌍용건설이 구간공사를 맡은 후 리틀인디아역은 역사가 하나 더 마련되고 출구도 2개 더 생기게 됐다. 추가로 만들어진 역사는 인도 전통의상 '사리'의 옷감 패턴을 따라 천장에서 옆면 벽체까지 세로 줄무늬가 내려오는 모양을 택했다.

C921공구는 입찰 당시 난공사 구간으로 업계에서도 화제였다. 지상에는 도로와 운하가 있어 기술과 안전, 비용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수주 당시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쌍용건설은 입찰에서 떨어질뻔 했다. 최저가를 써내야 하는 비공개 입찰후 뚜껑을 열어보니 쌍용건설은 3등이었다. 그럼에도 발주처의 마음은 쌍용건설로 향했다. 그동안 쌓은 신뢰도와 기술력 때문이었다.

공사구간은 짧았지만 문제는 10차선 지상 도로와 폭 25m의 로초 운하였다.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에선 "공사중 운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같은 문구를 쓸 수 없다. 공사 편의상 차로 일부를 차단하고 공사하는게 불가능하단 얘기다. 교통에 관한 싱가포르의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가 면적이 서울의 1.11배로 좁아 정부가 차량 허용 총량마저 통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하철 공사를 시작하면 똑같은 차로만큼 대체도로를 만들어 돌리고, 해당 지상구간 공사가 끝나면 도로를 원상복구하고 대체 도로를 파기하는게 일반적인 공사 방법이다.

■운하 돌리고 도로 50번 옮겨 시공

공사구간은 1㎞에 불과하지만 현존하는 모든 지하철 공법 (NATM, TBM, Open Cut)을 적용하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지상의 10차선 도로를 50회 이상 옮겨가며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문제는 운하였다.

공사구간 위에 위치한 폭 25m 운하를 영구 이설하며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초고난도 구간이다. 쌍용건설은 운하를 지하화해 옆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지상에 여유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체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쌍용건설이 수주한 C921공구의 수주 금액은 총 8억334만달러(약 7000억원)로, 인근지역 공사구간과 구간 길이는 비슷해도 가격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시공사로 최종 선정된 후에는 경쟁업체에서 비결이 뭐냐고 비공식적으로 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우상 현장 소장은 "일반적으로 1~2㎞ 공사현장이 3억~4억달러대로 가격이 매겨지는데 이 공사구간은 우리가 8억달러대로 수주하는 과정에서 가격과 기술측면에서 과감한 도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타 업체에 비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공사방법 등을 연구한 끝에 더 비싼 가격으로도 신뢰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 안전 두마리 토끼를 잡다

쌍용건설의 이번 시공은 난공사를 능숙히 해내면서도 안전까지 확보해 발주처로부터 깊은 신뢰를 줬다.

지난 2009년 6월말 현장 착공 이후 지난해 1월까지 5년 6개월(66개월)간 단 한건의 재해도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LTA로부터 1500만 인시(manhour) 무재해 인증서를 받았다. 100명의 근로자가 하루 8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51년, 총 1만8750일동안 단 한건의 재해도 없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지하철 공사 역사상 현재까지 이 기록은 국내뿐 아니라 타 건설사가 수립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싱가포르의 지하철 무재해 기존 최고 기록도 700만 인시에 불과했다.





일일 최대 동원 인원은 독일, 호주,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16개국 1200명에 달하며, 언어와 문화가 다른 근로자들이 2교대로 24시간 공사를 수행해 왔다.

또한 실드 머신 (Shield Machine)과 300t 크레인 등 일일 최대 50대의 중장비가 투입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이 현장은 LTA가 주관하는 안전 대상에서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을 물리치고 최고상인 대상(Champion)에 선정되는 등 현재까지 총 13개의 안전관련 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3월 완공 시점에는 1700만 인시 무재해 달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