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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건설사, 쌍용 등 `씽씽`

2016-03-02

◆ 창간 50주년 매경·MBN 공동기획 / 아세안에서 富를 캐다 (1부) ⑩ 싱가포르 '금융+벤처' 허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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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지난해 중국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최대 교역국 중국의 수요 감소로 지난해 1분기 2.8%, 2분기 1.8% 등 성장률이 뒷걸음질했다. 그러나 4분기에는 예상을 웃돈 6%대 '깜짝' 성장을 했다. 제조업 분야는 여전히 침체에서 못 벗어났지만 건설업 부문이 7%가량 가파른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건설 부문의 나 홀로 활황은 지하철 노선·창이공항 확장 등 인프라 투자 수요가 확 늘어난 덕분이다.

집 앞에서 대중교통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도시국가로 건설하겠다는 그랜드 플랜을 발표한 싱가포르 정부는 170㎞ 길이의 도심 지하철을 2030년까지 270㎞로 대폭 확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도심을 관통하는 골드라인인 다운타운2라인(DTL2)의 10개 공구 중 5개 공구는 한국 건설사가 '싹쓸이'했다는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2~3라인 전체로 봤을 때는 40% 물량을 쓸어갔다.

김우상 쌍용건설 현장소장은 "최근 완공한 다운타운1라인의 리틀인디아~오차드역 구간은 운하가 가로지르고 있어 다들 꺼렸던 구간인데 우리가 공기를 정확하게 지켜내자 발주처인 육상교통청(LTA)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최근에도 2억5200만달러(약 3050억원) 규모의 '톰슨라인' 공사를 현대건설과 공동 수주했다. 이 공사 역시 싱가포르 남북을 가로지르는 라인으로 아파트 밀집 지역을 지나가야 하는데 지반도 연약해 건설이 까다로운 구간이다.

지난해 말 아시아경제공동체(AEC) 출범으로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올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추가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 소장은 "싱가포르 공사는 금액이 중동처럼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나오는 데다 입찰과정이 투명하고 공사대금 지불이 확실하다"며 "앞으로 50년치 일감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어급 공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공동 추진 중인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340㎞ 구간 고속열차 공사다.

총공사비는 210억달러(약 26조190억원)에 달하고 싱가포르가 이 중 148억달러(약 18조3372억원)를 투자한다.

현지 한국 건설사에 따르면 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250개 입찰제안서가 접수됐고 이 중 98개가 선정돼 14개 해외 기업들이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중·일 3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이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경쟁자는 일본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인도 고속철 수주에 고무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시이 게이치 일본 국토교통상은 지난해 말 "일본 기업들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고속철도 건설을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본격적인 로비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산치타 바수다스 수석연구원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일본의 동남아시아 진출 전략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기업과 정부가 '한몸'처럼 작전을 짜고 움직인다는 것"이라며 "민간과 기업이 따로 노는 미국과는 로비전의 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