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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8기 쌍용건설

2015-03-27

2013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공무원들을 만나기 위해 급히 싱가포르로 떠나야 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도심 지하철 2단계'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등 1조6000억원 규모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는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쌍용건설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원칙주의자로 소문난 싱가포르 공무원들이지만 김 회장이 직접 방문해 회사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진심을 다해 설명하자 공사를 계속 맡기기로 했다. 당시 쌍용건설이 진행 중이던 3조원 규모 해외 공사는 단 한 건의 중단도 없이 진행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오히려 법정관리 건설사 최초로 해외 공사를 따냈다.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랑카위에 짓는 최고급 호텔인 세인트레지스호텔과 컨벤션 공사를 맡은 것이다. 수주를 위한 필수조건인 보증서는 인도네시아 은행이 해줬다. 평소 해외 발주처와 깊은 신뢰관계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법정관리 중임에도 쌍용건설은 1조원이 넘는 해외 수주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과 인수·합병(M&A)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한 쌍용건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1년3개월 만에 졸업을 하게 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윤준 수석부장판사)는 쌍용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두바이 그랜드하얏트호텔·아랍에미리트타워호텔 등 해외 랜드마크 건물을 지은 쌍용건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19위의 대형 건설사였던 쌍용건설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워크아웃에 돌입해 2004년 졸업한 경험이 있다. 당시 김석준 회장은 쌍용건설을 살리기 위해 모든 회사 지분과 전 재산을 회사에 쏟아부었다. 마지막에는 자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20억원까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눈물겹게 워크아웃에서 빠져나왔지만 다시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쌍용건설은 2013년 12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사이 워크아웃 과정 등에서 무려 7번의 M&A가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쌍용건설의 회생 과정은 그야말로 '칠전팔기'였던 것이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거친 많은 건설사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법원의 적극적인 노력과 쌍용건설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채권자들의 협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회생계획 인가 이후 오히려 기업의 신용등급이 높아져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3억달러의 공사를 따냈고, 국내에선 동부산관광단지 호텔 신축 공사를 맡았다.

특히 올해 1월 자산 규모만 175조원에 달하는 두바이투자청과 M&A 투자 유치 계약에 성공한 것이 법정관리 졸업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세계적인 국부펀드가 대주주로 등장함으로써 국내외 신인도가 대폭 상승하는 것은 물론 두바이투자청 발주 공사와 2020년 두바이 엑스포 관련 물량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바이투자청은 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 사업무대인 동남아시아에 더욱 집중해줄 것을 쌍용건설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은 회사 재건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1년 2400명에 달했던 인력이 지금은 720명까지 줄었지만 핵심 기술 인력은 잘 지켜냈다.
현재 인원 충원에 나서 올해 초 60여 명을 신규 채용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경력직 채용을 준비 중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재기할 것이란 직원들의 믿음, 꾸준히 쌓아온 발주처와의 신뢰가 결국 칠전팔기 끝에 성과로 이어졌다"며 "극심한 불황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재만 기자 /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