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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현장 이사람] (5·끝) 이경수 쌍용건설 싱가포르 현장 팀장

2013-05-13

싱가포르=윤경현 기자】 "낮에는 요란하게 파일을 박고 밤에는 조용히 콘크리트를 채웁니다."

쌍용건설 싱가포르 베독 복합개발 현장의 이경수 건축팀장(42·사진)에게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은 소음이다. 공사현장에서 우리나라 주공아파트에 해당하는 HDB가 가까워 소음 관련 민원이 많은 탓이다.

설계.조달.시공을 모두 쌍용건설이 맡은 디자인빌드(Design & Build) 방식이라는 점도 힘든 부분이다. 이 팀장은 "설계를 하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쪽대본'으로 드라마를 찍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반이 약해 공사 초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땅을 파면 모레나 펄이 나와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어요. 지반강화를 위해 직경 2m짜리 파일을 무려 1200개나 박았습니다. 지하 최고 60m까지 들어간 것도 있어요. 파일 하나 박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 적도 있습니다. 파일 작업에만 6∼7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 됐다.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전문기술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 탓에 담당자가 중국에 있는 훈련센터를 두 번이나 방문해서 현장직원을 뽑아왔다"며 "3개월간의 훈련과 테스트를 거쳐야 싱가포르에 들어올 수 있는데 그나마 합격률이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베독 복합개발은 쌍용건설이 지난 2011년 11월 2억3100만달러(약 2600억원)에 수주했다. 시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20분가량 떨어진 낙후지역에 지상 14층 복합빌딩 8개동에 584가구의 콘도(아파트)와 상업시설, 2만㎡ 규모의 버스터미널을 짓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7월 골조공사를 시작해 오는 10월이면 골조공사와 함께 1단계 상업시설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지하에는 이미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란다. 2단계 버스터미널은 내년 3월, 콘도는 내년 6월에 각각 준공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싱가포르 정부는 우리나라와 달리 부분준공을 허용한다"면서 "나머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하철 베독역과 연결된 상업시설은 연말에 먼저 문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6년 쌍용건설에 입사한 이 팀장은 서울 도곡렉슬 아파트 등 국내 건축현장에서 꼬박 10년을 일하다 2007년 마리나베이샌즈(MBS)호텔 공사에 투입되면서 싱가포르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MBS호텔 하자보수까지 마무리한 뒤 곧바로 베독 복합개발 현장으로 갔다. 그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MBS호텔과 같은 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행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