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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종업원 지주회사 탄생할까?

2007-07-02


-M&A 임박한 쌍용건설 관전 포인트 -

캠코 등 채권단 지분 50.07% 매각 … 우선매수청구권이 변수
쌍용건설 직원 퇴직금으로 2천원 주식 5천원에 인수 … 유상증자 참여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vs 종업원 지주회사 … 귀추 주목

이달부터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쌍용건설 M&A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여타 M&A 대상 기업들과는 달리 직원들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말 재계 5위 쌍용그룹의 주력계열사로 호텔시공실적 세계 2위까지 오른 바 있던 쌍용건설이 M&A 시장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 국내외 미수금과 계열사인 쌍용자동차 채무 1800억원을 떠안으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쌍용건설은 결국 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2,300명에 달하던 직원은 800명까지 감원됐고, 연봉의 절반을 차지하던 상여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워크아웃을 부도난 기업으로 인식하던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직원들의 가슴은 멍들어갔고, 반으로 줄어든 월급 때문에 처음엔 우유를 끊고 보험을 끊던 것이 급기야 아이들의 학원을 끊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회사나 직원이나 내일을 위한 준비보다는 당장 오늘의 생존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다. 모든 자산은 매각됐고, 채권단의 채무동결과 출자전환이 있었지만 터널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3년 3월 ‘2년 연속 50%이상 자본잠식 기업은 퇴출시킨다’는 규정에 따라 코스닥에서 내몰릴 위기까지 맞았다. 이에 직원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를 살리자고 뭉쳤고 당시 800여명중 6명을 제외한 전 직원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320억을 마련했다. 그리고 당시 2,000원대 하던 주식을 5,000원에 인수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약 20%의 지분을 갖게 됐다.

직원들의 희생을 지켜보던 채권단은 회사가 조기 정상화될 경우 직원들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마침내 2003년 회사는 흑자를 냈고 이듬해에는 약 6년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졸업 할 수 있었다.
이런 쌍용건설과 직원들이 냉혹한 머니게임으로 일컬어지는 M&A 시장에 나온 것이다.

앞으로 매각될 쌍용건설의 주식은 캠코와 8개 금융기관이 보유한 50.07%이다. 이중 절반 가량인 24.72%에 대해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18.20%에 임원보유 지분 1.71%를 합해 44.6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쌍용양회가 보유한 우호지분인 6.13%를 더하면 50.76%의 지분을 획득하며 종업원지주회사로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 진다.

그러나 현재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은 6월 말 삼정KPMG&소시어스 컨소시엄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쌍용건설의 우선매수청구권 지분에 자신들의 지분을 합친 50.07%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일반 공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최고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의 입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은 직원과 가족까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모든 것을 회생하고 고통분담에 동참함으로써 얻은 정당한 권리로 최고가 매각은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

워크아웃 당시 직원들은 퇴직금 정산, 급여 삭감 등 갖은 희생을 감수하고 회사를 살려 주가도 10배 이상 올려 놓은 만큼 당초 약속대로 제3자가 제시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격 선정을 통해 M&A가 진행되어 한다는 것이다.

캠코측에서 공적자금 최대회수만을 고집한다면 어렵게 회생한 기업이 또 다시 부실화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회사와 직원들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이원혁 조합장은 “설령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하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은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며, “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선매수청구권’ 권리를 행사해 종업원 지주회사가 될 것이며, 제3자가 회사를 인수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을 위해 국민연금, 행정공제회 등이 참여하는 한국 H&Q-국민연금 1호 펀드를 재무적 투자가로 유치하는 등 인수자금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특히 이 조합장은 “우리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채권단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부의 희생과 고통분담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달성했다”며 “이런 직원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면 공공기관이 론스타와 다른 게 뭐냐”고 덧붙였다.

□ 관련문의처
-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이원혁 조합장 (3433-7750 / 019-294-7177)
-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우승 팀장 (2103-7185)